* 180131 네버더시너 / 이형훈 네이슨, 정욱진 로엡, 윤상화 대로우, 이현철 크로우, 기자 外 윤성원, 이상경, 현석준




1. 생각보다는 호였고 좀 지루한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어떤 면의 재미를 느껴야 할지 알겠더라.



2. 쓰릴미로 따지면 오히려 네이슨에게 리차드가 더 많이 의존하는 게 확실히 보임. 초인론 때문에 무너지는 게 네이슨이고. 두 극 사이의 캐릭터 해석이 묘하게 반대라 일단 그 재미가 있었음.



3. 내가 이형훈 배우 연기를 보며 실망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이번에도 역시 형훈 레오폴드 너무 좋았고 연기 천재 소리 나옴.



4. 사실 이 극을 보면서 레오폴드와 로엡은 소품으로만 사용되는 게 맞지 않을까 했다. 자세한 감상평은 오늘 밤새도록. 이하 네버 더 시너 스포일러 쏟아집니다.



5. 욱진로엡은 그야말로 허세 가득한 애새끼. 세상 모든 것이 다 자기 발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모든 것을 제가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 그리고 자신이 레오폴드를 몹시 의존하고 있고, 그가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쓸의 리차드와는 전혀 다름.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거라고 확신하고 우리, 라는 것을 누구보다 강조하며 중요하게 여기고, 우리가 떨어지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그들이 우리를 찢어놓을까 걱정하는 쪽이 로엡이다. 너와 다른 교도소를 가는 것보다 같이 교수대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쪽이, 이 극에서는 로엡이다. 이 극에서 로엡은 딱히 제가 레오 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 잘하는 영역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와 완벽히 결속되기를 바라는 느낌. 그래서 오히려 네이슨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여자와 함께 있을 때도 당연히 레오를 택하는, 그리고 레오가 훨씬 로엡을 잘 다뤄. 형훈 레오폴드는 정말 이성 그 자체. 물론 로엡을 너무나 사랑하고 숭배하지만 오히려 로엡보다 훨씬 현실을 잘 파악하고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울 줄도 알아. 로엡을 정말 잘 다룸. 그리고 네버 더 시너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쓰릴미의 '네가 날 취하게 만들어놓고 어떻게 날 꼬셨는지'를 알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대로우와 초인론을 가지고 논박할 떄.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어보라는 대로우에게 자신의 이상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레오가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져 늘 차분하던 그가 헝클어진 채 서있고, 그리고 그걸 당황한 눈으로 보고 있던 로엡. 왕과 노예, 언제든지 끊고 달아날 수 있는 황금줄에 묶인 노예는 마치 왕에게 종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노예가 없다면 왕은 존재할 수가 없다. 항상 왕을 승리로 이끌었던 노예가 없다면, 더이상 왕으로서 군림할 수 없다. 그걸 로엡도 레오도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런 관계. 형훈 레오폴드가 늘 그렇게 차갑고 단정하고 이성적이다가 (물론 로엡을 향한 감정을 드러낼 때 빼고) 마지막 최후 변론에서 그 창백하고 파리하게 앉은 상태 그대로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데... 글쎄, 그게 어떤 의미인지 매번 찾으려 노력한다면 아마 회전을 돌게 되겠지. 그게 레오 역시 어린 아이라 죽음이 두려워져서인지 자신의 모든 이상이 박살나서인지. 형훈 레오는 정말 좋아서 네이슨으로도 보고 싶어짐. 네버 더 시너의 레오폴드는 우리가 생각하는 쓰릴미의 '나'의 캐릭터와는 중심점이 전혀 다른데 그걸 진짜 잘 만들어서 좋았다.



6. 그리고 욱진로엡 얼굴 대유잼(본인 말대로). 어두운 금발에 몸에 잘 맞는 격자무늬 수트, 내 자리에서 옆얼굴선이 딱 떨어지게 보이는데, 와... 진짜 되게 그 옆 프로필이 너무 고전 미남인 것. 얼굴뼈가 참 잘생겼어! 그런 와중에 엄청난 애새끼미를 뽐내고. 사실 아쉬운 부분들도 꽤 있었다. 중간에 너무 흘려버리는 딕션이라거나 대사 시작할 때 주로 쓰던 약간, 너무 연극적인 발성, 과한 웃음톤. 그래도 대유잼< 



7. 극은... 사실 나는 좀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이 극이 과연 쓰릴미와 얼마나 다르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이미 너무 많은 소극장 관객들이 쓰릴미를 알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른 메세지를 줄 것인가. 나는 그래서 이 극이 좀 더 '법정 싸움'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그렇다기엔 로엡과 레오폴드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보여주더라. 변호사와 검사의 역할 또한 너무 단순해. 그나마 대로우의 경우엔 로엡과 레오를 건드리기라도 하지, 검사 역할은 너무 무게추가 가볍다. 이 극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면 로엡과 레오의 이야기는 훨씬 덜어냈어야지. 쓰릴미로 치면 어프레이드나 라이플 같은, 로엡과 레오의 감정선을 잔뜩 드러내놓고서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묻는다면... 너무 대등하지 않단 느낌. 그래서 마구 불꽃 튀는 법정 장면은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오늘 낮에 이영학 사건 사형 판결 기사를 보고 갔더니 자꾸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변호사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똑같은 광기에 빠져야 하냐고, 이성의 시대, 미래로 나아가지 않을 거냐고, 맹목적으로 그들을 매달라는 사람들의 함성에 강요받아야 하냐고, 저 둘을 사형에서 구해내고자 외치는데 나의 감성은 늘 그런 사건 들에서 사형을 외쳐왔기에. 그런데 눈앞의 극은 너무나 로엡과 레오의 말랑한 감정들을 많이 드러낸다. 물론 좀 더 잔인하게 사건을 부각시키기는 한다. 살인을 실행하는 장면도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둘이 초반에 죄책감 하나 느끼지 않고 법정에서 낄낄대는 장면들도 보여준다. 하지만 극의 클라이맥스인 최종변론에서 중간에 둘이 교수형을 두려워하며 아이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너무 한 쪽으로 추를 올려놓는 방향 아닐까 싶어서. 얘들은 저렇게 '만들어진 것이다'를 주장하는 대로우와 그렇다면 희생자가 흘린 피의 대가는 저 뻔뻔한 새끼들을 용서해주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는가 나는 자꾸 묻게 되더라. 그런데 이 물음조차도 완벽하게 연출적이나 텍스트적으로 의도된 건 아니라서... 이 극이 주는 메세지를 도통 모르겠다. 또한 대사들의 호흡이 무척 길다. (그래서 오늘 현철 검사님 너무 저시기도 했고) 그런데 그게 한 번에 귀에 다 들어오는 호흡이 아니라서 지루해지더라. 그 부분 대사들을 다 줄였으면... 싶은데 그럼 그냥 로엡이랑 레오폴드에 관한, 사실을 풀어낸 극밖에 안될 것 같아서. 솔직히 연출적으로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어떻게 나아지거나 조이기도 힘들 것 같음. 뭔가 너무 균형이 안 맞아. 



8. 극의 전체적인 흐름은 이미 쓸덕들이 이미 너나우리모두 잘 알고 있는 흐름과 거의 흡사함. 나는 재판 이야기들 사이에 로엡과 레오의 이야기가 끼어있겠구나, 했는데 분명 그런 스타일로 진행이 됐는데... 어느 순간 로엡과 레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단 생각이 들고 그게 더 주가 되는 느낌. 대신 쓸과 다른 점들은 촤와 넷의 관계와는 달리 로엡과 레오는 정말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 그래서 둘이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 이런 스토리라인은 당연히 전혀 없음. 쓰릴미는 판타지입니다, 여러분! 네더시 보면서 우리나라에 쓰릴미가 들어오면서 지명이나 인명 이런 거 다 빼고 그와 나, 로 만들어놓은 게 얼마나 적절한 로컬라이징이었는가 새삼 감탄했음. 그래서 쓰릴미나 계약서, 이런 넘버들은 없지만 흐름상 아, 이거 쓰릴미 이 넘버 즈음, 이런 생각들이 쏙쏙 든다. 쓸덕들에게 최소 자첫은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네더시 보고 쓰릴미를 보면 되게 또다른 재미가 있을 듯. 그리고 종종, 저건 네이슨이 할 대사인데, 싶은 것들을 리차드 로엡이 친다. 그것도 하필 정욱진 리차드 로엡이 치고 있으니 자꾸 내 눈에는 저거슨 뉴넷인가 욱로엡인가...!! 그런 생각들도 들게 하더라.


개인적으로 제일 처음과 마지막 로엡과 레오의 장면이 재밌었는데 이건 이 극 자체로 좋았다기 보다도 뭔가... 솔직히 내 안의 쓰릴미 속 리차드와 네이슨를 대입하는 느낌으로 재밌었음. 제일 첫 장면은 레오가 숲 현장학습 교사 같은 걸 하고 있고 로엡이 그걸 지켜보면서 둘이 서로 슬쩍, 텐션을 올리는 장면인데 이게 마지막 장면의 다음 씬이더라고. 그러니까 첫 장면은 둘의 두 번째 만남, 마지막 장면은 둘의 첫 번째 만남. 특히 마지막 씬에서 레오폴드가 로엡한테 작업 거는 거 너무나... 이야..! 내 차에 가서 포커 치고 술도 마시자는데... 로엡이 나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 해!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걸?( ͡° ͜ʖ ͡°) 하는 레오 너무 플러팅 천재만재..! 욱로엡 넘 홀딱 넘어가!ㅋㅋ


이렇게 은근히 극 내내 둘의 관계성(왕과 노예, 범죄를 위한 결합 뿐만이 아니라)을 굉장히 말랑말랑하게 다룬다. 저런 만남의 감정씬 같은 것들, 그래서 쓰릴미에 대입하게 된다는 거다. 모두가 침묵하는 세기의 '재판'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로엡과 레오폴드의 이야기에 더 방점이 맞춰져 있다는 거. 물론 둘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놈들인지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다뤄지기도 한다. 범죄를 말리려고 애쓰고 바들바들 떠는 쓰릴미의 네이슨과는 달리 네더시의 레오는 침착하게, 즐기면서 로엡과 함께 범죄 대상을 고른다. 물론 쓸로 따지자면 로드스터 장면에서는 떠는 모습도 나오는데 이게 범죄가 두려워서 떠는 게 아니라 일을 '그르치는 것'을 무서워한다는 느낌. 자신의 완벽한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재밌었던 건 아무래도 내 안의 네이슨 캐릭터 이미지랑 겹쳐보고 있었던 게 있었는지 살인 후에 배수구 앞에 서서, 레오가 로엡을 부른다. 이리 와서 보라고. 제 코트가 진흙에 온통 젖었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낡은 모직 자켓이나 입고 오는 건데, 아끼는 걸 입고 와서 이렇게 됐다고 흥분과 아주 약간의 두려움에 들떠 떠들어대고 있는 로엡에게 내가 아이의 피를 맛봤다고, 얘기하면서. 내 자리가 그렇게 말하는 레오의 등만이 보이는 자리여서 나는 로엡더러 와서 보라고, 아이 피를 맛봤는데 쇠맛이었다고, 말하는 레오의 감정이 두려움과 죄책감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딱 와장창 깨지더라고. 아, 여기의 레오는 진짜 네이슨이랑 전혀 다른 애구나. '천재적인 밤'을 완성하기 위해 로엡과 함께 자신들의 '철학적 실험'이 완성된 광경을 함께 보고 싶어하는 애구나. 이렇게 내 안의 기존 캐릭터 성격들이 무너지는 시점들이 재미있었다. 아마 페어나 배우마다도 다른 느낌이겠지만 기본적인 설정들이. 그리고 둘의 개새끼스러움^^(개야 미안!)을 더 드러내는 장면들이 있는 것도. 로엡이 바비 장례식장에 가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내용에서 바비는 어떤 아이였는지 말해달라는데 테니스를 잘 치는데 아주 싸가지 없는 애였다고, 내가 만약 누군가를 납치해서 죽인다면 그런 애를 골랐을 거라고 딱 저 짤과 같은 얼굴로 말하는 욱로엡이라거나 저희들한테 '죽음'이라는 단어가 오기 전까지는 재판정에서 낄낄대고 얘기하는 두 사람이라거나, 신문에 난 저희 모습을 보며 나는 나가서 영화를 찍을 거라고 거들먹거리는 로엡이라거나... 중간중간 두 사람이 기자들과 인터뷰하거나 의사와 상담을 받는 내용들도 나오는데 거기서도 죄책감보다는 자신들의 철학과 이상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계속 얘기하는 'Übermensch' 라거나. 이런 모습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저 새끼들을 그냥...?^^??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데... 그게 최종변론에서 갑자기 대로우가 사형론 폐지를 들먹이고 사형은 야만적이고 사람들의 충동이고 웅앵웅... 하게 되니 뭐라고...? 싶어짐.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까 말했다시피 극 내내 둘의 말랑거리는 감정선이라거나 두 사람의 약점 같은 것들을 전시해줘서. 특히 네더시의 로엡은 쓰릴미에서 '그래서 네가 왜 엄마한테 약한데!??' 라고 생각했을 부분을 잘 설명해준다. 중간에 감옥에서 편지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로엡은 엄마에게, 레오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데 그 내용이 참 두 캐릭터를 극명하게 대비시킴. 로엡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아닌 척하면서도 절절하게 쏟아낸다. 반면 레오는 보내주신 책 잘 읽었다는 이야기인데 새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내용이냐면 독수리보다 평범한 제비류의 새가 사실 더 두개골이 크다는 이야기. 자기는 당연히 맹금류가 더 두개골이 클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한 새가 더 두개골이 크다, 는 이야기인데... 로엡과 레오폴드 그들 둘을 비유하는 말처럼 보이더라고. 사실 그리고 제일 첫 장면에서도 숲 현장체험학습에서 레오폴드가 설명하는 말들도 둘의 살인 과정이나 그런 것들과 꽤 닮아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극에서 제일 크게 상징으로 쓰이는 부분이 대로우가 두 아이를 제일 처음 만나고 나서 '왜 바비를 죽였냐'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추는 춤. 그 앞부분에서 로엡이 레오에게 춤을 가르쳐주는데 곧바로 레오가 다시 로엡을 리드하면서 춤을 춰보인다. 그리고 대로우 앞에서는 누가 먼저 리드하고, 의 의미가 없이 서로 뒤엉켜서 움직임을 만든다. 솔직히 나는 약간... 볼 안쪽을 세게 짓씹었지만👀서로의 목을 찌르거나 뒤엉켜서 껴안거나, 왈츠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춤이라기 보다는 현대 무용에 가까운 느낌의. 좀 더 조명의 조도가 어두웠으면 좋겠단 생각은 좀... 했다...🙈🙈


조명 얘기가 나왔으니까 제일 잘 보였던 조명 중 하나가 불리한 증언 나왔을 때였던가... 둘이 인터뷰하거나 각자의 방에 떨어져 있을 때 각자의 영역만큼 사각의 조명이 의자 주변으로 바닥에 떨어지는데 로엡 방의 그 사각의 공간이 천천히 조여지더라고. 아주 직설적인 효과. 로엡이 확실히 그런 면에서도 그렇고 감정적으로 날뛴다는 걸 자꾸 보여준다.


대로우와 검사는 생각보다 정말로, 비중이 없다. 공연 내내 모든 배우들이 무대 위에 계속 있는데 변호사는 왼쪽 벽의 책상에서 둘의 모든 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계시는데 그 집중력 흐트러지지 않는 눈빛은 진짜 좋았음. 그러나 나는 여전히, 마지막 변론에서 대로우가 눈물까지 흘리며 그 둘을 변호하게 되는 그 전체적인 흐름에는 감응을 못하겠다. 곱씹어도 여전히 그 두 부분의 무게가 안 맞는 느낌이야. 극의 균형이...(그러나 방금 다음 주 표를 한 장 더 실결함) 어떻게 보면 오히려 쓸덕이라서 이 극을 극 자체만으로는 못 보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음. 나 스스로가 너무 이 극이 쓰릴미와는 다른 메세지를 주길 바라면서 보고 있어서. 일단 처음 보는 감상으로는 쓸과 비슷할 거면 굳이 내가 이 극을 볼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극적으로 레오와 로엡의 이야기들 중에 TMI라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어서. 차라리 철저히 로엡과 레오가 소품으로 이용됐으면 좋겠다 느낌. 중간에 둘의 '동성애적 관계'에 대한 의사의 소견도 몹시 자세히 나오는데... 사실 그날 공연 중간에 관객석에서 그 부분에 다소 사고(?)가 있어서 대사 자체를 자세히 듣지는 못했는데 여튼... 우리가 생각하는 쓰릴미에서 '쓰릴미' 넘버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되려 반대의 느낌이 강함. 네이슨처럼 레오가 그런 육체적 관계에서 스릴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리차드와 로엡의 방법은 정반대의 느낌. 레오가 화가 난 것처럼 보이자 로엡도 엄청 쩔쩔맨다. (여담인데 형훈레오가 욱로엡 허벅지 베고 누워있는데 욱로엡 허벅지 양손으로 잡는데 거의 다 잡히더라고..) 심지어 뒤에 저메인(로엡의 여자 친구, 이자 로엡이 처음 등장하고 나서 바로 '허리를 꺾으며 드라마틱하게' 키스를 시전하는 대상... 인데 욱로엡이 처음에 저메인 허리 꺾고 그거 받쳐서 버텨줘야 하는데 뒤로 밀리면서 주춤주춤대서 볼 씹음)의 증언에서 로엡이랑 한 번도 섹스한 적 없다, 는 얘기까지 나옴....(...로엡이 ㄱㅈ라니...!!👀!!!) 여튼 그런 식으로 로엡 역시도 레오와의 육체적인 관계에 얽매어 있는 느낌을 엄청나게 줌. 육체의 무슨 부분을 탐구하였고 어쩌고 막 이런 식으로 의사 얘기가 나오는데 와우내...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그런 증언들의 대사가 되게 길단 생각도 함.


이런 게 되게... 극 내에서 안타까운(?) 게 기자들 끼어들고 이런 부분들은 리듬감 빨라져서 좋은데 되려 막 증언을 길게 한다거나 검사나 변호사가 변론한다거나 하면 훅 쳐지는 느낌이 든다. 그들의 비중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나오면 늘어지는 기분이 들고... 그와중에 어딜 쳐내면 좋을까 괜히 고민도 해보지만 그렇다고 딱히 쳐낼 부분은 없는 것 같고. 지루하다는 평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나도 중간중간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고... 혼돈한 지루함... 과 같은 의식의 흐름이 극 중간 중간 치솟는다...ㅇㅇ...





* 180207 네버더시너 / 강승호네이슨, 정욱진 로엡, 윤상화 대로우, 이현철 크로우, 기자 外 윤성원, 이상경, 현석준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그 괴물은, 죄가 없는가.



1. 앞부분은 자첫 때보다 훨씬 잘 들어와서 시간이 무척 빨리 가는 기분이었다. 훨씬 더 쫄깃해진 느낌. 그런데 앞부분이 그런 만큼 오히려 최후변론 부분은 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더라. 왤까?? 상화 대로우 연기도 좋고 감정선도 자첫 때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뒷부분은 보면서 저는 이미 이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까 스킵하게 해주세요...!!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앞부분이 1시간처럼 흘러가는데 최후변론 부분만 30분은 하는 느낌. 네더시 마지막까지 이 부분을 내가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 그런데 어제 상화 대로우는 진짜 좋았음. 자첫 때는 변호사도 그저 속물 중 하나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제는 좀 더... 인권 변호사 같은 느낌이 많이 들더라. 형훈 레오보다 승호 레오가 훨씬 감정적이라서 대로우의 말에 훨씬 더 흔들리는 느낌을 많이 주기도 하고. 욱 로엡-형훈 레오에선 형훈 레오가, 욱 로엡-승호 레오에선 욱 로엡이 싸패 느낌. 여하간 그래서 어제는 그래도 대로우가 마지막 최후변론에서 흘리는 눈물이 이해가 갔다.



2. 욱 로엡과 승호 레오는 뭐랄까... 여수 일진과 경상도 조류학자의 만남이랄지...👀ㅋㅋㅋㅋㅋ 그래도 욱 로엡이 첫공보다 훨씬 힘이 많이 빠져서 좋았다. 첫공은 군데군데 욕할 때나 야구씬에서 소리지를 때 너무 과하게 소리낸다, 는 생각을 했는데 어제는 훨씬 더 좋았음. 그리고 승호 레오는 배우 자첫이었는데 대사톤은 취향이 아닌데 연기톤은 은근 취향인 괴상한 지점에 도달함. 정말 차갑고 냉철한 면이 돋보이는 형훈 레오와 달리 승훈 레오는 훨씬 감정적이고 여림. 많이 울기도 하지만 대로우 앞에서 무너질 때에도 형훈 레오는 제 이상이, 저의 니체가 무너졌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 느낌이었는데 승호 레오가 말하는 '제 심장이 틀렸다면요?' 에서 심장은 진짜 죄책감 같은 느낌이 있더라. 형훈 레오의 심장은 이성과 철학이었던 것과 달리. 애새끼 욱 로엡과 함꼐 둘 다 정말 서툴고 어린 느낌이 많아서 특히 감옥 야구씬에서는 둘이 꼭 붙어앉아서 떨며 얘기하는데 너무 어린 연인 느낌이 많이 나더라고. 어제 욱로엡이 좀 더 많이 떨기도 하고 울음을 참기도 한 탓도 있지만 연출 의도대로 동정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킬만 하더라.


다한 승레오는 딕션이 뭉개지는 부분이 종종 있어서 아쉽. 특히나 대로우랑 심장 얘기할 때, 확 화내면서 얘기하는데 정말로 대사가 하나도 안 들렸다ㅠㅠ 내가 만약 자첫이었다면 무슨 대사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레오 캐릭터 자체는 취향이라서 앞으로 굳이 피하지는 않을 듯. 승레오는 감정을 훨씬 많이 드러내서 제일 첫부분에 현장 학습 강의에 욱로엡 찾아왔을 때에도 중간중간 욱로엡 보느라 말 잊는 듯한, 엄청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이 더 눈에 띄더라. 그리고 확실히 그 부분은 살인을 상징하는 부분이 맞는 것 같다. 그 도입씬이 극의 축소판 같은. 그리고 욱로엡이랑도 훨씬 감정적으로 많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 감옥 야구장 씬에서도 형훈 레오가 당연히 우리 둘을 떨어뜨려 놓을 거라는 말을 꽤 담담하게 하는데 승레오는 로엡만큼이나 거기에 무너지는? 느낌이 있더라. 그리고 바비 죽인 다음에 여기 와서 보라고 할 때에도. 손 잡고 우리는 이제 영원히 함께하는 거라는 말을 하는데 만약 쓸로 친다면 정말 바비 죽이는 것에 죄책감은 가지지만 촤한테 엄청 집착하고 의존하는 네이슨이었겠단 생각을 했음. '난 그냥 너랑 함께 있고 싶었어' 대사가 잘 어울릴 네이슨.


그리고 욱로엡은 재밌었던 게 첫공 보다 많이 자연스러워졌고 살짝 힘도 뺐는데 승레오가 감정적이다보니 욱로엡이 몹시 싸패처럼 느껴짐. 싸이코패스는 보통 감정이 전혀 없다, 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정말 사회적인 공감 능력이 없는 아이, 그게 어제 욱로엡이었음.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오히려 전체적으로 연결이 자연스럽고 대사도 잘 붙더라. 전형적인 싸이코패스의 모습으로 남들의 인기와 호감을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사회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느낌. 그래서 제게 소중한 엄마, 그리고 승레오 말고는 세상 누구도 특별하게 여기진 않는. 그들에게 사랑 받는 것이 로엡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기 떄문에 그들이 필요한. 그러나 그것이 공감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승레오가 대로우와의 언쟁에서 완전히 무너질 때 욱로엡이 제 말을 따라주지 않는 승레오에게 화내다 걔가 그렇게 울고 무너지니 얘가 왜 이러지? 하는 얼굴로, 같이 슬퍼하거나 화내는 게 아니라 정말 그저 당황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데 아, 쟤는 정말 공감력이 1도 없는 싸패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었다. 그리고 기자랑 인터뷰할 때 나는 욱로엡이 기웃거리는 게 저 너머의 승레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기자가 무엇을 쓰는지 훔쳐보는 거더라고. 제 얘기를 어떻게 쓰는지, 그러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게 너무 즐거운 아이. 그리고 그게 '새는 모두를 내려다본다' 라는 말과 이어지고 또한 나는 당신들이 하는대로 한다, 관객들이 웃으면 웃고 진지하면 같이 진지해진다, 라는 대사도 착 붙게 하더라.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을 흉내내는 듯 해서. 그리고 이런 욱로엡 노선을 보니 마지막 대로우의 최후변론이 잘 와닿게 되었음. 저 아이는 자라나는 무한한 순간 속에서 무엇인가 잘못 만들어진 아이라는 그 말이. 이 괴물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이 극 속에서 어린 시절 독일인 유모에게서 자라났다는 것과 제일 처음 한 말이 '나인 나인 마마(No, No, Mama)' 라는 것, 그리고 기도문 얘기할 때마다 욱로엡이 괴로운 표정 짓는 거... 이게 다 로엡의 유년 시절에 대한 떡밥이며 이로서 그의 존재와 베풀어야 할 관용과 자비를 정당화하게 되는데...


그래서 나 역시도 일단은 괴물은 그래서 만들어지는가 태어난느가, 하는 생각까지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괴물에 의해 희생당한 이에게까지 자비를 강요해야 하는가. 그 괴물은 본인의 의지로 괴물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들어졌거나 태어났거나, 둘 다 괴물이 원해서 된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그 괴물의 순수한 악의 역시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나는 무한한 자비와 관용을 베풀며 아주 이성적이고, 미래를 향해 진일보하면서? 역시 그 관점까지는 가기 힘들더라. 세상에는 내가 자비를 베풀 수 없는 개자식들이 너무 많고 나는 광기와 무지에 휩싸여 살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렇게 감정적으로 그들의 죄를 볼 것이다. 나는 죄만을 미워하고 죄인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임을 네더시 보면서 깨닫는다. 그리고 솔직히 네더시를 보면서 사형 폐지나 그들의 죄만을 미워해야 한다는 오롯한 결론에 도달하는 게... 요상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포인트가 있다. 여전히 그들을 너무 '동정적으로 보게 한다'는 게 되려 거부감이 드는 포인트. 어제도 최후변론 중간에 둘이 매달리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고 우리가 그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얘기할 때 흐르는 배경 음악이 너무너무나 감성적이라서 오히려 내가 정신을 차려야지, 싶게 만들더라. 나는 원래 그렇게 울라고 만들어주는 판 같은 거 잘 동조되는 편인데도(K신파나 국뽕 신파 좋아함) 사건이 사건이고 논의가 논의며 시대가 시대이고 한국이 한국이니만큼, 휩쓸리고 싶어지지 않게 만든다, 오히려. 차라리 그런 부분들 배경 음악 다 빼면 어떨까 싶음. 연출이 과하게 의도하고 유도해서 꼰대처럼 느껴지는 지점이란 생각까지 들게하는 걸 보면.



3. 그리고 배우들이 입에 붙도록 연습할 떄 같이 재번역 작업 거쳤다고는 했는데 나는 아직도 생소한 지점들이 몇 군데 있다.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메인한테 검사가 그날 로엡이랑 성관계를 했냐고 물을 때 아니요, 라고 대답하고 그 이전에는? / 아니요. 라고 대답하는 것도 뭔가 한 번 들었을 때 딱 흘러가는 게 아니라 걸려서. 틀린 건 아닌데 그냥 없어요, 라고 답하면 더 좋겠단 생각을 함. 그리고 로엡이 레오한테 네가 내리쳤다고 해달라며 비는 장면에서 이게 그들이 바라는 거야! 우리를 찢어놓는 거! 우리 대 우리, 혹은 우리 대 그들! 이 장면 우리 대 우리 대신 너 대 나... 같은 거 쓰면 더 잘 와닿지 않을까. 이건 왠지 원문이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재연 들어가면 좀 바뀌려나 싶은데 재연이 올까...👀 자리가 많이 빕니다...



4. 승레오가 '그는 나의 가장 큰 적이야. 내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지. 그가 내 동경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 알아. 하지만 그것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 이 부분 대사할 때 너무 좋았다. 딱 그런 레오폴드였다.



5. 욱로엡은 배수구씬에서 자꾸 도망치려는 게 어울려서 좋다. 그러다가 레오가 이제 우리는 영원히 하나라고, 손을 꽉 잡을 때 그 결속을 강하게 느끼고 다시 더 깊게 의지하게 되는 감정선이 어울려서 좋다. 이 페어가 그 부분을 엄청 강하게 느끼게 해줬어.



6. 그런데 욱로엡이 나 떠나지 말라고 막 안으면서 매달리고 승레오가 확 밀쳐낼 떄 너무 뉴넷 지뢰다... ㄸㅏ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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